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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5 MON
 
‘이효리 김숙 김선아’ 언니는 살아있다

파릇파릇 젊음을 무기로 내세워 방송가를 장악하고 있는 20대를 따돌리고 여전히 섭외 대상 1순위로 군림하고 있는 언니들이 있다. 그 험하다는 연예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고 살아남은 언니들이기에 그 내공은 깊이를 알 수 없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끼와 재능으로 똘똘 뭉친 ‘어린’ 후배들을 가볍게 누르는 이 언니들. 명불허전이다.


▷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는 그녀, 이효리
“10분이면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고 장담하던 센 언니 이효리에서 수수하고 소탈한 모습의 소길댁 이효리가 되기까지 그녀는 참 흥미로운 삶을 살았다. 걸그룹 핑클로 데뷔해 요정 콘셉트로 팬심을 자극했던 이효리는 2003년 홀로서기를 선언하며 건강한 섹시미와 털털한 입담을 무기삼아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늘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던 이슈메이커였다. 이효리는 폭발적인 인기만큼이나 폭력적이었던 반응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무너지거나 움츠러들지 않았다. 기죽지 않는 당당함과 자신의 영향력을 쓸 줄 아는 영민함이 있었다. 이효리는 유기견 봉사 활동을 계기로 사회 이슈에 눈을 뜨며 동물 학대, 위안부 문제, 노동문제 등에 목소리를 냈고, CF퀸 자리를 박차고 내려와 가치관에 어긋나는 광고들은 거절했다. 뮤지션 이상순과의 결혼도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결혼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간 그녀는 최근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 제주도에서의 일상을 공개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파리한 모습이지만 그간 그녀가 쌓아 올린 느긋함과 여유로운 내면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의 삶을 실천하는 터라 비립종을 얻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민박집 스태프로 출연한 아이유에게 “차근차근 내려오는 법을 배우고 있다. 너로 인해 후배 뒤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게 됐다. 고맙다”고 말하는 이효리를 보며 사고방식이 풍요롭게 느껴졌다. 이 언니는 여전히 멋지다.
▶ 한 줄 평 클래스는 영원하다.

▷ 다채로운 매력의 소유자 이유리
2001년 KBS2 ‘학교4’에서 반항아 소녀로 데뷔한 그녀는 도회적인 이미지와 톡톡 쏘는 보이스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독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이미지 고착화가 진행될 무렵, 김수현 작가의 ‘부모님 전상서’, ‘사랑과 야망’, ‘엄마가 뿔났다’에 출연하며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착하고 발랄한 모습을 하나씩 꺼내 보였다. 임팩트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연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2014년 MBC ‘왔다!장보리’에서 그녀의 주특기였던 악역 연기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 시청자들이 매회 폭풍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악랄하고 소름 끼친 연기력을 선보였다. 더불어 연민정이라는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의 굴곡을 촘촘하게 표현해냈고 보는 시청자에게 연민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조연에 그쳤던 이유리는 그 해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연민정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 의구심을 보기 좋게 잠재웠다. KBS2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걸크러시 변호사 변혜영을 맡은 이유리는 똑 부러진 연기로 국민악녀에서 국민 사이다녀로 대변신, 시청자들 사이에서 올해 KBS 연기대상 후보자로 거론될 만큼 극찬을 받았다. 그렇게 변혜영은 이유리의 두 번째 인생 캐릭터가 됐다.
▶ 한 줄 평 미친 연기력, 이것이 바로 이유리가 사랑받는 이유!

▷ 이 시대 여성들의 청량제, 김숙
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하는 걸 크러시계의 왕언니 김숙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신인 시절 군대식 서열 문화가 강했던 희극인 선배들 사이에서 ‘김숙 접근 금지령’이 내려졌을 만큼 불의에 말대꾸를 따박따박 했던 배짱 두둑한 그녀였다. 16년 전 ‘따귀소녀’로 분장해 ‘니 내한테 반했나?’라는 유행어를 전국에 퍼뜨리며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지만 이후 이렇다 할 큰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그녀의 사이다 같은 매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시점은 2015년 JTBC ‘님과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 출연하면서다. 방송인 윤정수와 짝을 이뤄 가상 결혼 생활은 보여준 김숙은 이른바 가모장적 발언을 시전하며 ‘갓(God)숙 어록’을 탄생시켰다. 집안의 가장을 자처한 그녀는 ‘여자는 이래야지’라는 식의 가부장적 사상에서 파생된 말들을 여성 입장에서 바꿔 말하며 일침을 가했다. “그깟 돈이야 내가 벌면 되지! 남자는 조신하게 살림하는 게 최고야”, “여자가 하는 일에 토를 너무 달아”,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한다” 등 주옥같은 멘트로 여심은 물론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남성우월주의 사고를 저격했다. 숙크러시의 면모는 계속해서 발휘되고 있다.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는 멤버들을 챙기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는 게스트들의 속내를 끌어내는 깔끔한 진행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자비로 시작한 팟캐스트 ‘송은이&김숙 비밀보장’에서도 날카롭고 위트 있는 촌철살인 멘트로 청취자들의 고민을 다독이는 중.
▶ 한 줄 평 입덕 포인트가 너무 많아 현기증 나 갓숙~

▷ 품위 있는 그녀 김희선
1990년대 브라운관을 점령한 여배우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김희선이다. 데뷔 시절 ‘컴퓨터 미인’으로 불렸을 만큼 독보적인 미모로 순식간에 톱스타로 올라섰고 트렌디 드라마를 이끌던 주역이자 청순가련형 캔디 캐릭터를 도맡았다. 그녀가 1990년대에 출연한 드라마 9편 중, 8편이 시청률 30~50%대를 기록했고, SBS ‘미스터Q’로 만 21세에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김희선이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건 철옹성 같은 신비주의에 머물지 않고, 취미생활은 ‘술 마시기’라 당당히 말하며 숨 넘어갈 듯 웃어대는 모습을 가식없이 공개했기 때문. 결혼 후 6년 만에 연기를 재기한 그녀는 늘 해오던 캔디 캐릭터를 벗고 허당끼 넘치는 푼수 의사, 억척스러운 대부업체 직원, 불량한 엄마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순탄한 연기 인생을 걷던 중 JTBC ‘품위있는 여자’에서 우아진을 맡으며 연기평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획기적인 연기 변신을 꾀하기 보다 자신이 지닌 외모와 내면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 그늘 없이 맑은 분위기, 해사한 외모, 고고한 자세 등 인간 김희선이 지니고 있는 모습이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 사람을 대하는 눈빛, 상황에 대처하는 느긋한 표정 연기 등 한결 가벼워지고 기품 있어진 그녀의 연기가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했다.
▶ 한 줄 평 예쁜 외모가 연기에 몰입도를 높이다니!

▷ 한 층 성숙해진 연기력 오윤아
오윤아는 데뷔 전 ‘2000년 제1회 사이버 레이싱 퀸 선발대회 1위’ 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뒤 레이싱 모델로 활약하며 자연스레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오윤아의 서구적인 마스크와 글래머러스한 몸매는 당시 유행하던 섹시코드와 맞물려 대중의 시선을 단박에 끌어냈다. 섹시한 이미지를 소비하며 잠시 잠깐 사라질 줄 알았던 오윤아는 외모에 뒤지지 않은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 대중을 놀라게 했고 ‘올드미스 다이어리’, ‘연애시대’, ‘외과의사 봉달희’, ‘무자식 상팔자’, ‘돈의 화신’ 등에서 자존심 강하고 당찬 현대 여성 캐릭터를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오윤아는 올 초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과거 섹시한 이미지로 인해 불쾌한 경험이 많았다고 밝히며 ‘당시 결혼이 탈출구가 될 거라 생각했다’고 덤덤히 털어놓았다. 그리고는 ‘아들이 발달 상태가 또래에 비해 늦어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엄마로서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인생에 엄마라는 자리가 더해진 덕에 속 깊은 모성애를 절절하게 표현해낼 줄 아는 배우로 한 단계 성장했다. ‘오마이 금비’, ‘사임당 빛의 일기’,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어린 자식을 둔 어머니 역할로 나온 드라마마다 성향이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자식을 위하고 애틋하게 생각하는 심지만은 올곧았다.
▶ 한 줄 평 앞으로 펼쳐진 오윤아의 빛의 일기가 기대된다.

▷ 근성 있는 배우 하지원
하지원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대중의 신뢰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의 소재와 캐릭터를 확장시켜 나가는 데 큰 역할을 도맡아 했다. 여주인공의 직업으로 보기에는 다소 낯설었던 검객과 기생, 스턴트우먼, 특수부대 교관 등의 역할을 맡아 하지원이 아니면 절대 해낼 수 없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늘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캐릭터에 흡수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KBS2 ‘황진이’의 기생이 되기 위해 몇 개월 동안 한국무용 연습에 매진했고, 영화 ‘코리아’의 탁구 선수 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매일 몇 시간씩 탁구 연습을 해 발톱까지 빠졌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스턴트 우먼으로 나온 SBS ‘시크릿 가든’에서는 와이어 액션, 추격신 등 과격한 장면들을 무리 없이 촬영하기 위해 근육량을 3kg까나 늘렸다. 올해는 오랜만에 전문직 역할을 맡아 매주 안방극장에 등장하고 있다. MBC ‘병원선’에서 까칠하지만 실력있는 외과의사 역을 맡은 하지원은 바나나를 이용해 매일 봉합 연습을 하고, 해부학 책을 구입해 장기들을 하나씩 그려가며 명칭과 구조를 익히고 있다고 한다. 부지런한 열정으로 가득한 이 배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한 줄 평 하지원 씨는 언제부터 이렇게 열심이었나?

▷ 늘 성장하는 배우 김선아
김선아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력에 잡음이 없는 배우 중 한 명이다. 1996년에 데뷔해 안정적이고 무난한 역할로 대중들에게 종종 모습을 내비치던 그녀는 2005년 MBC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매력 없는 노처녀 김삼순 그 자체로 나타나 전국에 ‘삼순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아줌마처럼 푹 퍼진 몸매에 거친 입담의 김삼순을 김선아는 솔직담백, 경쾌하게 그려냈다.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다. 김삼순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몇 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렇다 할 뚜렷한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던 김선아는 올해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박복자라는 캐릭터를 입고 등판해 적시타를 때렸다. 처음 관심을 표한 우아진을 바라보는 처연한 눈빛과 자신의 것을 뺏기지 않으려 파르르 떨던 눈동자, 헛헛한 마음에 고요하게 차오르던 눈물 등 수많은 말과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공허함을 덧씌운 눈을 통해 고스란히 담아냈다. 다면적인 연기를 공감있게 펼쳐낸 데는 15년간 계속 받고 있는 연기 수업도 한 몫 했을 듯. ‘김선아의 연기가 개연성이다’는 말이 나올 만 하다.
▶ 한 줄 평 누가 뭐래도 박복자는 김선아라 가능했던 캐릭터.


에디터 정수미 사진 뉴스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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