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스타일 김소라 기자]


tvN <미생>은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미생>을 애정하는 모든 시청자들이 그러하듯 저도 드라마를 통해 신입사원 때를 추억하고, 함께했던 동료들을 떠올리고, 지금의 저를 돌아봅니다.

1994년 12월에 스포츠조선이라는 신문사에 입사해 기자일을 시작했으니, 이달로 직장생활 20년을 꽉 채웠습니다.

아이 둘 낳고 출산휴가 3개월씩 쉰 거 빼곤 매일매일 출근도장 찍었네요.
제가 취업하던 시절만 해도 대한민국이 고속성장하던 때라 365일 신문이 나왔지요. 즉 수습기자에겐 쉬는 날이 없었다는 뜻입니다(일요일자 신문이 나오지 않게 된 건 IMF 이후지요). 에브리데이 술과 일로 몸은 고달팠지만 세상 신바람 내며 돌아다녔던 때기도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죠. 20년 후 인쇄매체가 이렇게 망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제 직장생활에도 물론 <미생> 속 '마부장' 처럼 여기자 막 대하는 높은 분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그만두나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버텼더니 그 분이 먼저 나가시데요. '성대리'처럼 얄미워 사람 미쳐버리게 만드는 '처세의 신'도 있었죠. 속을 알 수 없는 절대강자 '최전무' 같은 이도 있었습니다. '더러워 피한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옮겼지요.
그래도 시끄러운 제 얘기 들어주는 온화한 동기들이 있었고, 후배에게 빵빵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아낌없이 물려준 '오차장' 같은 사수가 계셔서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앳스타일>은 네번째 직장입니다. 여기 와선 일곱권째 책을 만들고 있네요.
이번엔 석 달째 날짜를 줄 듯 말 듯 밀당하고 있는 N양 덕에 1차 멘붕, 촬영 사흘 전 터진 에네스 스캔들로 2차 멘붕(비정상회담 출연진들의 화보가 예정돼 있었지요), 촬영 전격 취소로 지면이 펑크난 덕에 3차 멘붕을 겪었네요.

20년쯤 회사 다녔으면 뒷짐지고 앉아 '컨펌'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매일 같이 널을 뛰는 건 20년전이나 매 한가지입니다. 늘 그렇듯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세상사니까요. 그래도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아줌마 미생'입니다. 내년에도 '완생'을 향해 한 수 한 수 심지 굳게 돌을 놓을 수 있기를.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김소라 so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