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스타일 김소라 기자]


제가 연예부 기자가 되고 '머리 올린' 첫 기사는 '브래드 피트, 알고 보니 냄새나는 남자'란 타이틀의 해외 가십이었습니다.
인터넷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던 20년 전에는 미국 특파원 선배가 슈퍼마켓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사 보내주는 타블로이드지가 거의 유일한 해외 취재원이었죠. <스타> <내셔널 인콰이어러> <위클리 월드 뉴스> <버라이어티> 등과 같은 당시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잡지들을 넘겨 보면서 해외 스타들의 동정을 기사화 했습니다.

막내기자의 '특권'인 '해외화제 담당'이었던 저는 조금이라도 더 쇼킹하고 센세이셔널한 기사를 찾아 잡지를 샅샅이 뒤졌죠. 지금 같으면 저작권 위반에 초상권 침해로 골백번 더 고소당할 짓을 척척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하여 기절초풍할 기사를 많이도 '번역'했는데 그 중에서도 <위클리 월드 뉴스>는 불가사의계의 최고봉이었죠. 뻔히 '뻥'인 줄 알면서도 대체 어떻게 기사를 풀어나가는지 궁금해 읽게 되는 잡지였죠. 특히 'UFO 보도'에 있어선 상상을 초월했는데요, <위클리 월드 뉴스>에 따르면 마이클 잭슨은 수시로 외계인에 납치 감금될 뿐 아니라, 알고 보니 외계인 출신 가수였단 거죠. 힐러리 클린턴이 외계인 아이를 입양했다는 기막힌 보도도 있었지요. 엘비스 프레슬리나 마릴린 먼로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아이템은 단골 기사였구요. 물론 이런 황당무계한 기사는 차마 '재생산'하지 못했지만요.

파파라치성 사진을 주로 보도하는 연예 타블로이드지들을 넘기며 매번 경악했던 기억도 납니다. 무인도에서 몰래 애정 행각을 벌이는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이런 사진은 대체 어떻게 찍는 것이며, 명예훼손 걸리면 얼마짜리일지에 대한 토론도 많이 했었네요. 당시 데스크였던 모 부장이 "우리나라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잡지"라며 "미국처럼 스타가 수없이 많은 나라여야 가능할 일"이라고 핏대를 세웠던 일도 떠오르네요. 세상 일이란 단언할 수 없는 거란 걸 요즘 들어 부쩍 느낍니다.

연예기자 일이 완전 재미있었던 20대 중반에 늘 끼고 있었던 미국 연예 타블로이드에 대한 '향수' 덕분인지, 저도 미디어를 돌고 돌아 지금은 타블로이드 잡지를 만들고 있네요. 종이 뉴스가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에 싹 먹혔다고 자조하는 요즘이지만, 저는 올드미디어는 여전히 살아남을 거라고 믿고 사는 '구석기 인간'입니다.

스타 앤 스타일 매거진 <앳스타일>이 4월로 세 돌을 맞았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다리와 입에 힘이 붙어 장소 불문 뛰어다니고, 하루종일 종알거릴 나이입니다. 세돌쟁이 <앳스타일>도 해외 여러 나라에서 번역 재상산돼 이곳 저곳에서 와글와글 구전되고 있습니다. 뭐든 시끄럽고 북적대게 만드는덴 일가견이 있는 <앳스타일> 식구들입니다. 앞으로도 '매의 눈'으로 지켜봐 주시길. 힘나는 응원 부탁드립니다.


김소라 soda@